'달디단 밤 양갱~' 노래 속 밤 양갱을 시작으로, 오란다, 약과, 개성주악과 같은 어르신 디저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로 ‘할매니얼('할머니'와 '밀레니얼'을 합친 신조어로, 밀레니얼 세대가 할머니 세대의 취향을 선호하는 현상)’
트렌드가 디저트 시장에도 손을 뻗은 것이다. 강남에서 할매니얼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writer. 조서현 photo. 황지현
강정이 넘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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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 강정이 넘치는 집은 ‘젊은 전통’을 지켜나가겠다는 철학을 추구하는 한과 및 떡 전문 브랜드다. 강정이 넘치는 집 매장은 아침부터 직원들의 부지런한 발걸음 소리와 고소한 냄새로 가득하다. 그뿐만 아니라 매장 내 한가득 진열된 먹음직스러운 한과 디저트는 방문하는 이들의 눈을 사로 잡기 충분하다.
강정이 넘치는 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서 만나는 프리미엄 전통&퓨전 강정들은 모두 아낌없는 정성과 인심이 듬뿍 들여져 있다. 전통 방식을 기반으로 갖가지 곡물, 견과류, 건과일을 조화롭게 버무려 오븐을 거치면 남녀노소 입맛을 만족시키는 강정이 완성되는데,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찰흑미 강정과 현미 강정은 물론이고, 오트밀 블루베리 강정과 같이 ‘다이어터’를 겨냥한 메뉴까지 다양하다.특히 강정이 넘치는 집의 한과 세트는 귀한 이들에게 주고 싶은 답례용 선물로도 제격이다. 정성스레 꾸려진 선물 세트가 주는 이의 진심과 성의를 제대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매장에 방문한다면 한 모금만으로 원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팔팔 끓는 쌍화차와 4월부터 선보이는 배피떡, 쑥편, 쑥구리 단자, 오메기떡 또한 즐겨보기를 권한다. -
한과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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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부터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오는 한과와락의 건물은 내부로 들어서면 더욱 아늑함이 느껴진다. 한과와락의 시작은 ‘K-디저트’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만남이었는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이색적인 디저트로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연 개성주악을 맛보기 위해서일 테다. 개성주악은 찹쌀가루와 막걸리를 넣은 반죽을 기름에 지져 즙청을 입힌 고려시대 개성의 향토 음식이다. 한과와락에서는 개성주악 5종을 세트로 판매하고 있는데, 5가지 맛의 쫀득하고 달콤한 개성주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약과, 양갱 등 여러 가지 한과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전통한상’ 세트도 만나볼 수 있다. 한과와락은 매일 새벽 손수 디저트 만들며, 당일생산과 당일폐기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전 제품의 신선함을 보장한다.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공간은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데,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라면 매화꽃, 도화꽃, 장미꽃 등 향긋한 전통차 한 잔과 마음까지 위로하는 달콤한 전통 디저트 한 입으로 이곳에서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
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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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 센터필드에 고요히 자리 잡은 카페 무원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순간’을 뜻하며, 분주한 강남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곳이 되어주고 있다. 무원은 세라믹 테이블웨어 브랜드 ‘무자기’와 프리미엄 양갱을 선보이는 ‘적당’의 김태형 세프가 만나 탄생한 곳으로, 실내 공간 또한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양갱을 떠올리게 하는 팥색 카운터, 무자기 공방의 폐도자기 더미를 표현한 돌벽만 보아도 그렇다. 자기 포크, 한지 트레이 등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제품 상당수 또한 무자기의 도예가 심보근 작가의 작품이다.
마치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장 같기도 한 무원의 진정한 매력은 대표 메뉴인 양갱에서 나온다. 고리타분한 어른들의 메뉴라고만 여겨지던 양갱이었지만, 무원은 밤, 녹차, 밀크티, 헤이즐넛, 초콜릿, 사과 등 다양한 맛과 색을 내는 양갱을 내놓으며 인식의 전환을 이뤄냈다. 달짝지근한 양갱에는 깔끔한 커피, 담백한 차 어떤 음료도 어색하지 않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 약과를 얹은 약과 모나카와 뜻밖의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백설기 앙버터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알짜배기 메뉴다. -
이치서울
이치서울은 현재 또는 과거 서울의 모습을 상상할 때 떠오르는 사람들의 감정과 추억을 담아내고자 하는 공간이다. ‘도시’를 주제로 이치서울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한동원 작가의 흑백사진이 방문한 이들에게 조용히 말을 거는 것만 같은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테다.
이치서울의 시그니처 메뉴는 쑥을 활용한 디저트와 음료다. 쑥은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진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적절한 재료와 조합하면 어떤 디저트가 와도 대체 불가한 매력적인 메뉴로 거듭날 수 있다. 이치서울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쑥 아이스크림과 달콤한 완두 크림이 어우러진 독특한 맛의 완두 쑥 갸또 쇼콜라 케이크를 선보인다. 카페인과 쑥 아이스크림의 조화도 탁월한데, 이는 커피의 맛을 더욱 진하게 만드는 쑥 아포가토와 쑥 아이스크림 라떼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인절미 크럼블, 호두 율무 라떼, 약과 시나몬 브라우니 치즈 케이크 등 전통적 재료를 활용하되 이치서울만의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재미있는 시도가 담긴 메뉴도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