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즐거운 클래스

예술적 감수성을 화폭에 담아내는

아주 특별한
시간

대치2동문화센터 ‘서양화 종합반’

캔버스 앞에 앉으면 가슴이 설렌다는 이들이 있다.
일상의 모습부터 특별한 순간까지 화폭에 담아내는 데 실력이 대단하다.
변함없는 마음과 한결같은 애정으로 그림 실력을 발전시키며
고수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대치2동문화센터 ‘서양화 종합반’의 이야기다.

writer. 최행좌 photo. 황지현

누구나 화가가 될 수 있다

대치2동문화센터에는 10년이 훌쩍 넘은 역사 깊은 클래스가 있다. ‘서양화 종합반’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수강생들은 2층 강의실에 모인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기도 하고, 미완성된 작품을 그리기도 한다.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며 대화가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는 누구나 화가가 된다.
15명 남짓한 이들 가운데는 10년 이상 계속 수강하는 붙박이 수강생들이 대다수다. 오래 수강한 만큼 신입 수강생에게 가르쳐 주는 사람도 있으며, 심지어는 작가로 활동하며 국내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서양화를 배우며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나날이 성장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이 권주영 강사의 눈에는 그저 예뻐 보인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죠. 색을 조합하는 걸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색감을 찾더라고요. 그렇게 그림에 빠져들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시더라고요.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는 말 그대로 편안함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서양화는 표현 대상에 따라 과일이나 꽃 같은 생활 주변의 사물을 그린 정물화, 인물을 주제로 한 인물화, 산이나 바다, 들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그린 풍경화, 창의적으로 표현한 추상화 등이 있다. 이 작품들 가운데 마치 실사와 같은 그림들로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고, 독특한 색 조합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미술은 색깔을 다루잖아요. 색을 입히기 위해 물감을 섞고, 섞은 물감을 붓으로 캔버스에 칠을 하는데, 그 행위 자체가 굉장히 설레요. 내가 좋아하는 색, 내가 좋아하는 형태 등이 다 구현되거든요.”
수강생들은 마음대로 그릴 수 있어 수업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마법 같다고 말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열혈 수강생이었다.

그림 그리기 좋은 날

수강생들이 그리는 작품은 다양하다. 해바라기, 장미, 사과 같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모사하기도 하고, 여행 다녀온 사진을 기념으로 그리기도 한다. 또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창작하여 화폭에 담아내기도 한다.
우등생답게 이젤 앞에 자리를 잡고 채색에 들어간 유영혜 씨는 과감하게 붓 터치를 시작했다. “추상화에 처음으로 도전하고 있어요. 목성의 표면을 확대한 사진을 봤는데 마치 엄마의 뱃속 같았어요. 보는 것에서 나아가 내가 느낀 것을 상상해서 그리고 있어요”라며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다. 황홀하고도 광대한 우주의 신비를 그리고 있는 그는 ‘우주의 생성과 비밀’을 주제로 한 연작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이귀숙 씨는 터줏대감답게 ‘서양화 종합반’의 반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싶은 것을 캔버스 위에 마음껏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게 즐거워요. 집중해서 그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요.” 그는 밝고 강렬한 장미를 그려서 지인에게 선물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김정수 씨는 “10년 넘게 그림을 그리면서 한 번도 저를 그린 적이 없더라고요. 나를 그려봐야겠다 싶어서 그리게 됐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빨리 완성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그림을 본 수강생들은 “정말 똑같아요”라며 칭찬을 쏟아냈다.
모란에 심취해 있는 이인순 씨는 “‘꽃의 왕’답게 활짝 핀 모란꽃은 눈부시게 화려하고 우아해요. 그 고상함과 우아함을 표현하고 싶은데 아직은 어렵네요”라며 난감해하기도 하였지만 “모란꽃 4송이만 살리고 주변에 있는 모란꽃은 흐릿하게 표현하면 예쁠 것 같아요”라는 권주영 강사의 설명이 더해지자 그림의 완성도가 올라간다.
명화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해 그리는 김경식 씨는 최근에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를 자신과 아내로 그렸다. “부부가 온화하게 웃으며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그리게 됐어요. 렘브란트 특유의 명암을 강조하는 게 유난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완성하는 데 8개월이나 걸렸죠. 완성하고 나니 뿌듯하네요.” 그는 완성된 작품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듯 수강생들에게 단순히 지나가는 시간은 없다. 축적된 시간이 있었기에 자신만의 작품이 탄생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작품을 완성해가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

자신이 그린 작품을 보면 뿌듯하다는 수강생들. 작품에 정성을 가득 쏟는 이유이다. 유금환 씨는 직접 그린 작품을 자신만의 공간에 놓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여름이라서 화이트와 우드 톤으로 집을 꾸며 놨는데, 거기에 맞춰서 청사과를 그리고 있어요. 집 인테리어와 무척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이 “진짜 사과 같아요. 잘 그렸어요”라는 권주영 강사의 칭찬에 자신감이 쑥 올라간다.
남동생에게 선물할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는 박영란 씨는 “친구 집에 갔는데 자기가 그렸다며 유화 그림이 벽에 걸려 있는 거예요. ‘내가 직접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너무 행복해요”라며 취미로 하길 잘했다고 한다.
동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감천곤 씨는 “어린 시절 동심이 생각나서 그리게 됐는데요”라며 색을 배합하고 캔버스에 칠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힐링이 된다고 한다.
안나푸르나에 등반했던 사진을 작품으로 그리고 있는 윤국로 씨는 “안나푸르나에 다녀온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이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다음에는 무엇을 그릴지 고민이에요”라며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서양화 종합반에 문을 두드린 지 2개월째인 김영웅 씨. 그의 하루는 그림 그리는 것에서 시작해 그림 그리는 것으로 끝난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손녀 얼굴을 그렸는데 그릴 때마다 손녀 얼굴을 마주하니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이래서 그림을 그리는구나 싶었죠.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여기 오기 전에 집에서도 2시간 정도 그리고 왔어요.”
“취미라기엔 수강생분들 실력이 대단해요.” 권주영 강사의 말마따나 이들의 작품 실력은 상당했다. 서양화라는 공통된 취미로 행복을 찾아가는 수강생들. 자신의 작품에 진심을 다하고, 함께 작품을 감상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었다.#

‘서양화 종합반’ 수업이 나에겐?

    • 유영혜 | 일원본동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퇴직하고 나니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더라고요. 알아보니까 집 근처에 서양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어 바로 등록을 했죠. 그게 벌써 7년 전이네요. 요즘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그리고 싶어요.

    • 이인순 | 논현동


      친구와 함께 유화를 배우고 싶어 도구를 사놨는데, 갑자기 친구가 이사를 가면서 함께 배우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대치2동문화센터에서 유화를 배울 수 있다기에 얼른 등록했죠. 지금은 이사를 가서 논현동에 살고 있지만 수강생들과 정이 들어서 여전히 이곳에서 수업을 듣고 있어요.

    • 이귀숙 | 대치동


      이 수업에 참여한지 10년이 넘었는데요.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림들을 보면 흐뭇하고 괜스레 뿌듯해요. 일부는 액자에 담아 집에 걸어놓았는데 감상하는 재미가 있어요. 기회가 되면 수강생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 수 있으면 좋겠어요.

    • 김경식 | 대치동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그림에 소질이 없어서 미술시간이 지루하기만 했죠. 어느 날 전시회를 갔다 왔는데 문득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이 수업을 수강하게 됐어요. 5년이 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이 재미있는 거예요. 내가 상상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아요.

    • 김정수 | 경기도 용인시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랫동안 배우게 될 줄 몰랐어요. 배우다 보니 그림 그리는 데 흥미도 생기도 그림에 관심도 가지게 되더라고요. 완성된 그림을 보면 성취감도 느끼게 되고요. 다음에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매 순간이 소중해요.

    • 윤국로 | 개포동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자칫 잘못 칠해도 유화는 수정하기 쉬워요. 다른 색으로 덧칠하면 되거든요. 그래서 더 재미있고 매력적인 것 같아요. 앞으로는 지금까지 그리지 않았던 스타일의 그림도 그려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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