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뜨거운 무더위가 찾아오면, 여행이나 스포츠는 뒷전이고
모든 생각을 버릴 수 있는 오롯한 휴식이 그리워진다. 순수하게 휴식에만 몰두하는
‘낫싱케이션(Nothing+Vacation)’을 원한다면, 강남에서 고요하게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답이다.
writer. 허승희 photo. 황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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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산 둘레길
산과 숲, 나무와 꽃으로 가득한 청정한 자연에서 힐링하고 싶다면 ‘대모산 둘레길’로 가보자. 수서역 6번 출구를 나와 조금 걸으면 대모산 둘레길 입구가 있다. 입구부터 시작되는 울창한 나무숲만 감상해도 번잡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대모산은 바위가 아니라 흙으로 이루어져 있는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산책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맨발 걷기의 성지로 유명해 맨발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서만큼은 신발을 벗고 촉촉하고 시원한 흙길을 걸어보자.
피톤치드 가득한 나무숲을 충분히 즐겼다면 숲속야생화원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대모산 숲속야생화원에는 계절정원부터 자연정원, 바람정원, 향기정원까지 네 개의 테마로 조성된 정원이 있다. 정원마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달라 다양한 야생화를 구경하기 좋다. 특히 여름에는 형형색색으로 피어 있는 해바라기와 수국, 무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숲속야생화원에는 무장애길도 마련돼 있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나 유아차를 몰고 온 사람도 편안하게 거닐 수 있다. -
강남힐링센터 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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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복합문화휴식공간도 있다. 개포근린공원 근처에 자리 잡은 ‘강남힐링센터 개포’는 디지털 테라피룸, 북 테라피룸, 릴랙스룸, 그룹 힐링룸과 카페 숲 등을 갖추고 있다. 모든 공간이 힐링 테마로 구성돼 원하는 종류의 힐링을 즐길 수 있다.
입구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디지털 테라피룸에는 혈압측정기, 인바디측정기 등이 준비돼 있다. 건강 관리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 이곳에서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보자.
마치 도서관에 온 듯한 북 테라피룸은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편안하게 독서를 즐기기에 좋다. 북 테라피룸 한쪽에는 릴랙스룸이 있는데 아늑한 공간에서 안마를 즐기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해소할 수 있다. 그룹 힐링룸에서는 명상, 요가, 필라테스 등 심신 안정을 위한 수업들이 진행된다. 카페 숲에서는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준비해 주는데 음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로봇이 보여주는 깜찍한 퍼포먼스가 즐거움을 준다. 초록 식물들로 꾸며진 공간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면 SNS 핫 플레이스도 부럽지 않다. -
선릉과 정릉
도시와 왕릉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며 유유자적 걷기에 좋은 ‘선릉과 정릉’. 점심 때는 인근 직장인들의 산책 코스로, 저녁에는 주민들의 쉼표 공간이 되어준다. 선릉(宣陵)은 조선의 제9대 임금인 성종과 정현왕후의 능이며, 정릉(靖陵)은 조선의 제11대 임금인 중종의 능을 말한다.
매표소를 지나 들어가면 울창한 숲과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초록 초록한 능과 어우러진 나무들, 탁 트인 하늘이 한눈에 펼쳐진다. 높은 빌딩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곳을 걷는 것만으로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난 공간임이 느껴져 머리가 한결 차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선릉으로 가는 길, 재실을 지나면 선릉·정릉 역사문화관이 있다. 조선 시대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방문이 필수다. 역사문화관은 능을 바라보며 뜨끈해진 정수리를 식혀줄 만큼 시원한 공간이니 역사 공부를 하며 더위를 식히기 좋다. 다시 역사를 새긴 후 바라보는 능의 풍경은 조금 다를지 모른다.
봉은사 명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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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롯이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때는 명상만 한 게 없다. 명상은 감정 조절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땅히 명상할 공간을 찾기 어렵다면 봉은사로 떠나자. 이곳은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기도를 올릴 수 있고, 고즈넉한 풍광을 즐기며 한껏 쉬어갈 수 있는 장소다.
입구를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연등이 머리 위로 펼쳐져 있어 뜨거운 햇볕을 가릴 그늘이 되어준다. 화려한 연등을 지나면 자연스레 대웅전에 도착한다. 대웅전 옆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봉은사 명상길’이나온다. 이 길은 약 1.1㎞ 구간으로 일주문에서 출발해 템플스테이 체험관까지 봉은사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다. 봉은사 명상길은 대나무가 우거져 한낮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댓잎의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절로 힐링이 되는 듯하다.
산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한 고민이 있다면 봉은사에서 며칠 묵으며 마음을 비우는 템플스테이도 추천한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