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즐거운 클래스

손끝에 전해지는 떨림,

가슴을 울리는
고운 소리

도곡1동문화센터 통기타반

매주 화요일 저녁이 되면 도곡1동문화센터 지하에서
듣기 좋은 기타 연주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음악을 너무도 사랑해서 당장 눕고 싶은 저녁에도 커다란 기타 가방을
메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writer. 허승희 photo. 신현균

웃음이 가득한 교실

기타 줄을 튕기는 소리만 가득할 줄 알았던 통기타 수업. 사실 이곳은 기타 소리만큼이나 웃음소리가 많이 들리는 곳이다. 2017년부터 개강해 어느덧 10년을 향해 달려가는 통기타 수업은 매번 15명이라는 수강인원을 가득 채워 마감한다. 수업을 진행하는 김진완 강사가 수강생들의 기타 실력에 더해 즐거움까지 책임지는 덕분이다.
수업 시작부터 호탕하게 웃던 박준희 씨는 “선생님이 재밌으셔서 수업에 꾸준히 참석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김진완 강사의 또 다른 매력을 증명하듯 말했다. 큰 소리로 웃지는 않아도 김진완 강사의 농담에 여기저기서 ‘푸흡’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평소에도 유쾌한 수업이 진행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수강생은 50세 이상인 분들이 많아 수업은 대부분 그들이 알 만한 노래로 진행되지만, 7080 노래에 쓰인 기타 코드로 연주할 수 있는 케이팝도 함께 알려주기 때문에 학생들도 몇몇 있다.
이날 배워본 음악은 대한민국의 대표 트로트 가수 남진의 ‘둥지’다. 당신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으니 내 품에 둥지를 틀라는 달콤한 가사가 신나는 박자와 재미있는 음정이 어우러져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게 만드는 남진의 히트곡이다. 박란희 씨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라고 하면서도 기억해 보려는 듯 미간을 찌푸렸고 이내 김진완 강사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기타를 연주하자 얼핏 기억나는 듯 끄덕이며 수업에 집중했다.

다른 속도, 같은 열정

악기는 처음 배울 때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잘못 자리 잡은 습관을 고치는 데 애를 먹는다. 김진완 강사는 나중에 겪을 수고스러움을 덜기 위해 수강생들이 코드를 정확히 기억할 수 있도록 말소리로 따라 해보라며 시켰다. “씨, 씨, 비, 비, 비.” 모두 어느 정도 기타를 배운 상태라 당장 코드를 잡고 실력을 뽐내고 싶을 텐데도 다 같이 입을 모아 코드를 읊는 모습이 마치 엄마 새를 따라 짹짹대는 아기새들 같았다. 코드의 순서를 외웠다면 다음은 직접 코드를 잡고 연주할 차례다. 워낙 유명한 노래인탓에 대부분의 수강생이 아는 노래였지만, 기타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다들 천천히 코드를 잡고 리듬을 익혔다.
몇 번 코드를 잡아보고 능숙히 다음 진도를 나가는 수강생이 있는 반면에 손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아 진도를 겨우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수강생도 있었다. 통기타 수업이 처음 개설된 2017년부터 꾸준히 수강하고 있는 안상기 씨는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혼자 연습하면 강사님한테 배우는 것보다 발전이 느릴 것 같기도 하고, 또 같이하면 더 재밌잖아요.” 안상기 씨는 노련하게 코드를 잡고 기타 줄을 매만지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쑥스러운 듯 웃으며 답했다. 이날 수업에는 통기타 수업반의 막내로 모두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신지민 양이 참석했다. 신지민 양에게는 수업시간에 배우는 곡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쉬운 곡을 알려주고는 했는데, 나이가 어려 다른 수강생들보다 배우는 속도는 느려도 기타리스트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에 열중했다.

통기타 연주의 참맛

악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강사와 함께 연주해 본 수강생들은 곧이어 개인 연습에 돌입했다. “신혼 때 기타를 사놓고 계속 못 치다가 이제야 배우고 있네요. 근데 좋아하는 노래가 다 슬픈 노래라서 남편 앞에서는 못 치겠어요.” 버벅대며 코드를 연습하던 한좌민 씨가 웃으며 한마디 했다. 긴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고 한국에 돌아와 도곡1동문화센터를 알게 되었다는 한좌민 씨는 오래도록 꿈꿔오던 기타를 정식으로 배우게 돼서 멋진 기타도 하나 장만했다고 한다. 기타 넥에 새겨진 고래 문양이 한좌민 씨 손끝에 걸려 있었는데 고래도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듯 작게 반짝였다.
박란희 씨는 노래를 모른다고 했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부드럽게 기타를 연주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기타렐레’를 배운 적이 있다고 한다. 생소한 이름의 기타렐레는 기타와 코드 및 주법이 똑같은 기타의 작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손 때문에 큰 기타가 부담스러워 기타렐레를 먼저 시작했다가 그 당시 선생님이 통기타를 추천해서 악기를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덧 수업이 거의 끝나갈 시간, ‘둥지’의 개인 연습은 마치고 복습하는 의미에서 전주에 배운 팝송 ‘You Raise Me Up’을 허밍과 함께 연주했다. 수업을 시작할 때 “그냥 노래방 가서 노래나 부를 걸 왜 여기서 1인 3역을 하고 있지?”라는 김진완 강사의 말이 이해가 됐다. 노래를 부르며 코드를 잡고 리듬에 맞춰 기타 줄도 쳐야 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노래를 불러야만 비로소 기타 연주가 완성되기 때문에 헷갈리더라도 모두 노력하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새로운 곡을 배우면서 가슴속 깊이 담아둔 가장 아끼는 노래를 부르며 연주할 날을 그리고 있을 테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마지막 곡 연주를 감상하며 언젠가 이들의 아름다운 통기타 소리가 관객들에게 전해질 날이 오길 바랐다.#

나에게 ‘통기타’ 수업이란?

    • 신지민 | 도곡동


      저는 꿈이 배우인데요.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능숙한 배우가 되고 싶어서 통기타도 배우고 있어요. 수업에 어른들이 많아서 모르는 노래를 많이 배우지만, 수업하면서 배운 코드들로 가수 태연의 ‘To. X’라는 곡을 연주해 보고 싶어요.

    • 박준희 | 도곡동


      강사님의 수업 실력이 워낙 좋으시고, 수강생들이 편하게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을 잘해주셔서 매번 수업을 듣게 되는 것 같아요. 퇴근 후에 사람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연습하면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요.

    • 안상기 | 대치동


      기타를 치고 싶은데 평소에 따로 시간을 내서 치려고 하니까 연습을 미루게 되더라고요. 수업을 등록해놓으니 착실하게 수업에 참여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규칙적으로 연습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 한좌민 | 도곡동


      수십 년 전 독학으로 기타를 잠깐 쳤었는데요. 전문 강사님께 배우니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쉬운 코드만 겨우 연주하는데요. 나중엔 제가 좋아하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도 연주하고 싶어요.

    • 박란희 | 양재동


      늦은 나이에 기타를 배우게 되어서 진도를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원래 음악을 좋아하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이런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행운입니다.

    • 강현옥 | 도곡동


      대학생 때 기타를 쳤었는데 일을 시작하고서부터는 기타를 잡아볼 일이 없었어요. 퇴직 후에 여유가 생겨서 바로 수업을 등록했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노래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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