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버려지는 폐품들을 사용해 작품을 창작하는 조민아 작가는 환경을 생각하며 오랜 시간 활동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고철, 플라스틱, 유리, 스티로폼, 병뚜껑처럼 ‘쓰레기’라고 여겨지는 소재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며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그의 창작 여정은 끝없는 질문으로 가득하다.
writer. 김은하 photo. 박재우
고철상에서 떠오른 주제와 영감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조민아 작가는 사회생활을 하며 그림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일단 할 수 있는 작업을 이어나가면서 출품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다짐한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은 10년 전이었다.
“딱 그 시점이었어요. 제가 2014년 ‘신라미술대전’에 참가하기 위해서 소재를 찾고 있었던 것이요. 경주를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한 고철상을 발견하였고, ‘아, 이거다!’ 하는 생각에 고철을 주제로 삼아 작업을 했는데 대상을 받게 되었어요. <혼돈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출품한 그 작품은 지금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요.”
그는 ‘신라미술대전’ 대상 수상 이후에 고철이나 버려진 쓰레기를 소재로 삼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목탄을 많이 사용하고 거친 질감 표현을 위해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커피 가루도 뿌려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혼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작업하다 보니,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이 느껴졌다.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 더욱 몰입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주재료로 목탄과 아크릴을 사용하게 된다. 부재료는 재활용품을 버리는 분리수거 쓰레기장을 매주 직접 찾아가서 수집했다. 그러한 경험들이 그의 작품 초창기 스타일에 녹아들었으며 이후 그만의 작품 스타일이 확고한 창작물들로 이어지게 되었다.
“저는 주재료로 목탄과 아크릴을 많이 사용하고, 부재료는 재활용품을 버리는 쓰레기장에 가서 직접 폐품들을 수집하는데, 지금도 시간 될 때마다 분리수거함을 보거든요. 예전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큰 상을 받은 것이 일종의 책임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던 것 같아요.”
폐기물 그리고 창작의 시간들
폐기물을 주제로 삼은 회화 작품은 이후 고철 등을 접합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어 왔다. 그는 작품 활동 초기에 고철 폐기물을 목격했을 때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캔버스에 표현하고 싶었다. 거친 질감의 목탄 소묘 위에 고철이나 비닐, 버려진 박스와 같은 폐기물을 접목하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이후 시작된 작업을 <Renewal>이라고 이름 붙이고 이 시리즈를 십여 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작품은 주로 캔버스에 목탄으로 소묘를 하고 그 위에 폐기물을 콜라주(Collage) 형태로 작업하는 방식이다. 캔버스에 아크릴물감과 목탄으로 기본 바탕칠을 마치면 병뚜껑이나 스티로폼, 비닐 같은 재료들을 조합해서 구성한다.
“현 시대상을 폐기물을 통해 새롭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버려지는 산업 폐기물이 다시 재생되는 것처럼 제 작품도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자 했고요. <Renewal>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는 고철 폐기물들을 봤을 때의 감정을 그대로 직설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아요.”
초창기 <Renewal I> 시리즈에서는 자동차 엔진, 라디에이터 등 다양한 생활 폐기물들을 압축적으로 화면에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다소 직접적인 방식으로 소재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다가 발전된 것이 <Renewal II> 시리즈로, 폐기물을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여 새로운 조형 이미지를 탄생시키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형적인 형상을 주로 연출하던 그는 좀 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최근 작업하고 있는 <Renewal III> 시리즈다. 초기에는 원더우먼이나 슈퍼맨 등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이용하다가 현재는 카카오 프렌즈의 캐릭터들을 도안으로 삼은 형태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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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상을 폐기물을 통해
새롭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버려지는 산업 폐기물이
다시 재생되는 것처럼 제 작품도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자 했고요.
<Renewal>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는 고철 폐기물들을 봤을 때의 감정을 그대로 직설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아요.
‘업사이클링’ 작가로 써나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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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폐기물이나 재활용품에 대한 처리, ‘리사이클링(Recycling)’, ‘업사이클링(Upcycling)’, ESG와 같은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다양한 폐기물로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작가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캔버스가 아니라 버려진 박스를 도화지 삼아서 작업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환경적인 재료를 더 많이 이용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거든요. 최근에는 스티로폼을 많이 사용하는데, 앞으로 작업을 어떤 방향으로 해나가야 할지 구상하고 있어요. 스스로 업사이클링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폐기물은 대중들에게 주로 외면을 받는 소재이기에, 그는 반려견과 관련된 작품이나 조금 더 친숙한 방식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대중과 더욱 소통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더 많은 쓰레기를 활용해서 조형물을 제작하려고 하는데, 알다시피 캔버스에 붙여서 표현하는 게 자칫 굉장히 단순하고 유치해 보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좀 더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한 방식으로 반려견이나 애니메이션 이미지들을 이용하려고 연구하고 있죠.”
앞으로 더 많은 폐기물을 활용해 작업하면서 환경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는 그는 자기만의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폐기물의 부활, 그리고 다시 그것이 새로운 탄생으로 이어지는 작품 여정에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