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 서른아홉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그는 약 260곡의 작품을 남겼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작품 중 약 83%가 피아노를 위한 음악이라는 점이다. 그를 두고 ‘피아노의 시인’이라 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피아노라는 악기와 피아노 음악이 사랑받는 현상에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writer. 정은주 음악 칼럼니스트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쇼팽
숫자로 살펴보는 쇼팽의 작곡 이야기
서양 음악사를 빛낸 멋진 음악가이자 피아노 음악의 역사를 만든 피아노 전문가, 프레데리크 쇼팽(Fréédééric Franççois Chopin, 1810~1849년). 그는 현재 폴란드의 시골마을 젤라조바볼라(당시 바르샤바 공국)의 농가에서 프랑스인 아버지와 폴란드 귀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열었던 공개 연주회 이후 그는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음악 공부를 착실히 해나갔다. 피아니스트로 더 넓은 곳에서 활약하고 싶었던 그는 고국을 떠나 파리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작곡가, 피아노 교사로 일하며 살았다.
서른아홉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작품의 수는 약 260곡으로 추정한다. 이 중 실제로 출판되고 연주되는 쇼팽의 작품 수는 220여 곡으로 추려볼 수 있다. 그중 피아노 작품은 약 190여 곡에 이르며, 그가 남긴 작품의 약 83%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그의 피아노 작품은 61곡의 마주르카, 16곡의 폴로네즈, 26곡의 프렐류드, 27곡의 에튀드, 4곡의 발라드, 즉흥곡, 환상곡 등이다. 공식적인 출판 기록이 있는 여덟 살부터 작곡을 시작했다고 가정한다면 약 30년간 260곡을 쓴 셈으로, 1년 평균 8.6곡을 남겼다. 여기에 쇼팽이 죽은 후 발견되었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악보, 미완성의 악보, 쇼팽이 폐기하려던 악보를 가족이 버리지 않고 간직한 악보 등을 포함하면 앞으로 이 수치는 바뀔 가능성도 크다. 마침 얼마 전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 청년 쇼팽이 썼을 거라고 추정하는 미완성 습작도 발견되었는데, 앞으로 이런 악보가 얼마나 더 나올지 기대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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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소년이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명성은 지금쯤 유럽 전역에
퍼졌을 것입니다.
낭만적 열정을 꽃피운 피아노의 세계
여덟 살 쇼팽이 작곡한 곡은 ‘여덟 살 음악가 쇼팽이 빅토리아 스카이베크 백작 부인에게 헌정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G단조 폴로네즈>다. 이 출판은 전문 출판사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출판한 것이 아니라, 개인 소장용으로 쇼팽 가족과 큰 인연이 있는 스카르베크 가문에서 자비를 들여 출판했다. 또한 여덟 살 쇼팽은 피아니스트로 데뷔 무대도 가졌는데, 1818년 1월에 발행된 『바르샤바 저널』은 “쇼팽은 진정 음악의 천재입니다. 극히 어려운 피아노곡들을 수월하게 비범한 취향을 담아서 연주했습니다. 만약 이 소년이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명성은 지금쯤 유럽 전역에 퍼졌을 것입니다”라고 쇼팽을 소개했다. 이는 바르샤바 최초의 신동 피아니스트에 대한 기록이다.
쇼팽은 작곡할 때 수많은 수정을 거듭하던 흔적을 남긴 작곡가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처럼 머릿속의 악상을 수정 없이 악보에 그대로 옮겨 적은 경우가 아니다. 때문에 더더욱 작곡할 때 시간도 많이 들었을 테다. 그렇다면 쇼팽이 평생 작곡에 쓴 시간은 아마 인생 대부분의 시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의 지극한 피아노에 대한 노력과 사랑 덕분일까.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지구촌의 클래식 공연장과 피아니스트들은 쇼팽의 작품을 연주한다. 무려 173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그의 작품은 4편의 발라드, 녹턴, 연습곡, 피아노 협주곡 등이다. 또 그의 이름을 기리는 쇼팽 국제 콩쿠르는 지구촌 클래식 스타를 뽑는 등용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것이 오늘날 그를 피아노의 시인, 혹은 피아노 편식가로 부를 수 있는 솔직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제107회 정기연주회>에서 만난 쇼팽의 곡
가슴 시린 사랑의 아픔을 담은 이야기 ㅣ<피아노 협주곡 제2번 f단조 O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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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은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이 작품은 그가 쓴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이지만, 출판이 미뤄졌다. 이러한 이유로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되었다. 쇼팽은 1829년 초가을에서 이듬해 초봄 사이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 1830년 3월 17일 바르샤바의 국립극장에서 쇼팽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며 직접 초연했다. 이날 연주회는 바르샤바를 떠나기 전 쇼팽이 출연했던 대규모 연주회이기도 했다. 쇼팽의 음악적 친구였던 델피나 포토카에게 헌정되었다.
나는 이미, 아마도 불행히도, 내 사랑을 키워왔습니다. 나는 6개월째 그녀와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지만요. 여전히 그녀를 섬기며, 그녀를 꿈꾸며, 그녀를 기리며 나의 협주곡을 써 내려갔습니다.
- 1829년 10월 3일 쇼팽이 친구이자 동료
티투스 보이치에호프스키에게 보낸 편지 중이 편지가 알려주듯 이 작품을 썼던 청년 쇼팽은 열렬한 사랑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첫사랑으로 추정하는 소프라노 콘스탄차 글라드코브스카(Konstancja Gładkowska, 1810~1889년)에 대한 쇼팽의 마음을 느린 악장(2악장)에 담았다고 기억해도 좋겠다. 그러나 훗날 콘스탄차는 쇼팽이 자신에게 품었던 마음을 전혀 몰랐다는 식의 편지를 남겼는데, 이 역시 쇼팽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재미있는 단서 중 하나다.
위의 같은 편지에서 쇼팽은 “내가 자주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을 피아노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라는 소회를 남겼다. 그만큼 이 협주곡은 쇼팽이 만든 피아노에 대한 여러 가지 다양한 표현방식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문을 연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총 3악장(Maestoso-Larghetto-Vivace)으로 구성되었으며, 두 번째 악장이 작품 전체의 중심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연주 시간은 약 30분이며, 피아니스트들의 단골 레퍼토리로 사랑받는 협주곡 중 하나다.
제108회 정기연주회(예정)
일 시 2025년 2월 18일(화) 19:30
장 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관람연령 취학아동 이상 관람가